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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Bulgasari
조정의 탄압이 극에 달하던 고려 말기, 대장장이 명인 탁쇠는 농민들로부터 몰수한 농기구로 무기를 만들라는 관가의 명령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농기구를 뺏겨 생계가 위태로운 농민들을 생각해, 쇠를 먹는 괴수 불가사리가 농기구를 먹어치웠다는 거짓말로 관가를 속이고 농민들에게 농기구를 돌려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관가는 탁쇠를 잡아 모진 고문 후 옥에 가둔다. 그의 딸 아미는 굶주린 아버지를 위해 그의 옥 창으로 쌀밥을 뭉쳐 던지지만, 탁쇠는 그 쌀밥으로 인형을 빚고는 끝내 숨을 거둔다. 아버지 잃은 슬픔을 그가 남긴 인형으로 달래던 아미는 어느 날, 바느질을 하다 손가락을 찔리는데, 아미의 피가 인형에 떨어지자 인형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고려 시대부터 전해오던 민담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북한의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신상옥 감독이 북한에서 작업한 작품 중 하나로, 2000년에 남한에서 정식으로 개봉되기도 했다. 온갖 핍박과 탄압으로 생계마저 막막했던 시절,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시절, 농민들에게 가해지는 탄압과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설움이 '불가사리'라는 상상의 괴수에 의해 대변된다. 당시로서는 상당히 훌륭하게 구현된 괴수 불가사리의 모습에 더해, 관군과 농민군이 대치하는 몽타주, 스크린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며 굴러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들과 불덩이들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관중을 압도한다.
2019.09.08.일 14:00 시네마테크KOFA 2관
2019.09.18.수 19:00 시네마테크KOFA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