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전시
영화 출판과 읽기의 연대기, 1980년대 이후
영화문고
- 기간|2024.11.08.(금) ~ 02.08.(토)
- 장소| 기획전시실
간단히 말해서 영화 책은 문화적 실천의 한 지류다. 하지만 이 명제를 넘어서면 상황이 까다로워진다. ‘어떤 책을 낼 것인가’에서부터 책의 효용성을 염두에 둔 기획과 형식, 독자의 요구, 지역들 사이의 문화적 간극에 대한 복합적 고려 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영화 출판은 지난 세기부터 이어진 영화문화의 격변과 흐름을 공유하고, 애호가 현상의 다발적인 징후라는 관점에서 전통적인 출판 관행을 넘어선다. 이와 같은 변혁기에 나타날 수 있는 실천의 맥락에서 영화 출판은 당대 영화문화의 동향이나 영화의 유행 경향에 따라 변화와 부침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출판이 문화와 트렌드를 이끌었다기보다 문화와 트렌드가 출판을 견인한 쪽에 가깝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떤 영화 책을 읽어 왔는가? 이 질문에 대한 응답의 연대기는 영화를 향한 대중들의 욕망의 지도를 그리는 한 방법이다. 이 전시는 따라서 영화문화의 반영으로서 ‘영화 책’을 탐구한다. 야심이 넘치는 영화 창작자든, 출중한 통찰을 지닌 영화평론가든, 영화 세계에서 위안을 찾는 관객이든, 저마다의 시각으로 영화 책을 읽어 왔다. ‘어떤 책을 읽었는가’는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와 연결된다. 학습과 사유의 지평을 반영한 영화 읽기에 대한 개요는 수십 년 동안 만들어진 지식의 성좌들에 관해 뭔가 이야기해 줄 수 있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의 영화 관객들은 어떤 영화 또는 감독에 주목했는가, 한국 영화산업의 화두는 무엇이었는가, 영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상호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영화감독들이 사랑하는 영화는 무엇인가, 학계에서는 어떤 영화 이론이 유행하였는가 따위의 물음에 대한 답을 책의 연대기는 담담히 증언한다.
이 전시의 또 다른 목적 중 하나는 ‘애호가 현상’의 반영으로써 영화 출판의 변모에 대한 개괄적 샘플을 제공하는 것이다. 시네필 문화의 진화는 잡지, 개론서, 비평집, 역사책, 이론서, 작가론, 미학서 등 영화 책의 연대기 서사 흐름과 연동된다. 지식을 향한 갈급함이 저개발의 상태에서 어떻게 체계를 갖추었는가를 가시화하는 것으로, ‘반영으로서의 영화 책’의 또 다른 측면이다. 아울러 전시는 한국 영화문화의 다면성을 ‘책’을 통해 시각적으로 묘사하면서 구체적인 것 너머에 있는 의식의 흐름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영화 책은 각각 독특한 관점,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풍부한 지식을 제공한다. 스크린의 마법에 대한 영감을 제공하는 책들은 누군가에게는 영화 연출과 촬영, 귀감이 되는 작가에 대한 동경, 영화비평을 실천하도록 이끈다. 이론과 비평, 저널리즘은 창의적인 영화 재능을 발굴하고, 그들이 스스로를 연마하도록 조력하며, 궁극에는 창작의 영감과 동행한다. 예술 창작의 비기를 습득한 영화감독이든, 보기와 읽기의 즐거움에 매료된 시네필이든,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원하는 대중이든, 이 연대기 목록에는 공감과 유익을 끌어낼 무언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