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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발사
The President’s Barber
청와대가 '경무대'란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 경무대가 위치한 동네의 효자이발관을 운영하는 성한모는 경무대 지역 주민의 자긍심으로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항상 옳다고 믿는 인물이다.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와 5.16 군사 쿠데타의 현장 한 가운데에서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고 그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던 어느 날, 한모는 동네를 서성이는 수상쩍은 남자를 간첩으로 신고한다. 사실 그는 중앙정보부 소속의 직원이었지만, 투철한 신고 정신을 높이 산 대통령은 경호실장을 보내 한모에게 모범시민 표창장을 수여한다. 이 일로 한모는 대통령 전속 이발사가 되고, 동네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던 평범한 이발사 시절과 달리, 한모 주위의 일들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기 시작한다.
뉴스에서 말하는 '사사오입'이 당최 무슨 말인지도 모를 정도로, 세상 돌아가는 사정에도,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도 아무 관심 없던 인물이 사실은 격변의 현장 가장 가까이에 살고 있음을 블랙 코미디적 유머로 보여주고 있다. 개인의 신체와 건강 상태까지도 당국의 통제와 검열의 대상이 되던 시절, 세상 가장 평범하게 살고자 했지만 정치적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몰리는 한모 가족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씁쓸함을 남긴다.
2019.09.07.토 19:00 시네마테크KOFA 1관
2019.09.24.화 19:00 시네마테크KOFA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