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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A Peppermint Candy (Bak-ha-sa-tang)
마흔 살 영호는 가리봉동 공단 출신들이 모인 야유회에 허름한 형색으로 나타난다. 20년 전 첫사랑 순임과 소풍 왔던 그곳에서 그는 철로 위에 올라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친다. 달려오는 기차와 마주한 그의 절규와 함께 1999년 봄, 94년 여름, 87년 봄, 84년 가을, 80년 5월 그리고 마지막 79년 가을까지 시간은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 진압 작전에 투입되어 실수로 소녀를 사살한 공수부대원, 혹독한 고문과 폭력을 자행했던 공안경찰, 그리고 이제는 직업도 가족도, 젊은 시절의 꿈과 사랑도 잃어버린 중년이 되어버린 영호는 스무 살의 첫사랑 순임이 건넨 박하사탕을 떠올린다. 이창동 감독의 초기 대표 작품으로 대한민국의 암울했던 현대사에 휩쓸린 한 인간의 인생을 통해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어버린 수많은 청춘들에 애도를 표하고, 사회와 개인의 트라우마를 밝혀 그 책임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