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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Aimless Bullet
계리사 사무소에서 서기로 일하는 철호는 치통에 시달리지만 치과에 가길 미룬다. 그는 ‘가자!’라고 끊임없이 외치는 노모, 상이군인인 동생 영호, 양공주가 된 여동생 명숙, 학업을 포기하고 신문배달을 하는 동생 민호, 만삭인 아내와 어린 딸 해옥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다. 영호는 먹고 살길이 막막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은행을 털지만 허무하게 붙잡히고 만다. 만삭인 아내는 출산을 하다 사망한다. 철호는 좌절감 속에 길거리를 방황하다 치과에서 썩은 이를 뽑는다. 택시를 타보지만 치통은 점점 극심해지고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다.
<오발탄>은 한국의 리얼리즘 걸작이라는 영화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네거티브 필름이 아닌 해외영화제에 출품되었던 35mm 프린트만이 남아있었다. 잦은 상영으로 인한 얼룩, 스크래치 등으로 필름은 훼손이 심각한 상태였고 영화 전체에 걸쳐 영문자막이 새겨져 있었다. 기술적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해 나간 끝에, 2016년 파주 보존센터 개관을 기념하여 디지털 복원판이 공개되었다. 김기영의 <하녀>를 복원하며 얻은 기술적 노하우를 통해 본편 전체에 새겨진 영문 자막 제거에 성공했다. 2년 간의 복원 작업을 거쳐 되살아난 <오발탄>의 프레임에는 남대문, 종로, 청계천 등 60년대 초 당시 혼란스러웠던 서울의 면면과 불안하고 쓸쓸한 시대의 자화상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오발탄>의 디지털 복원은 한국영상자료원의 지속된 발굴과 복원에 대한 열정으로 이루어낸 값진 성취다.
2024.06.15.토 12:30 시네마테크KOFA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