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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4K) (이원세, 1940~2023)
A Dwarf Launches a Little Ball
남들보다 작은 몸을 가진 김불이는 난장이로 놀림당할지언정 성실하고 떳떳하게 일하며 가정을 일군, 세 남매의 아버지이다. 서커스 무대가 사라지자 일자리를 잃은 김불이는 카바레 앞에서 취객들에게 호객하는 신세가 되지만, 다섯 식구는 가난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미래를 그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염전이 폐쇄되면서 김불이를 포함한 인근 주민들은 유일한 자산인 집과 땅을 내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염전터에 지어질 아파트 분양권을 살 형편이 못 되는 이들은 헐값에 땅을 팔고 떠나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쫓기듯 떠나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짓던 막내 영희는 결국 아파트 분양권을 얻기 위해 부동산 업자를 따라 가출한다. 자신의 작품이 미래 세대에게는 공감을 얻지 않길 바랐던 원작자 조세희의 소망과는 달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속 세상의 불합리성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도시 빈민촌을 배경으로 한 원작과 달리 영화는 바다의 염전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고유의 영상미를 자아내는데, 이는 경기도 시흥의 염전 지대에서 자라난 이원세 감독의 유년기 기억이 반영된 것이다.
이원세 (1940~2023)
1940년 4월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출생했다.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 입문 후 10년간 김수용 감독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1971년 직접 쓴 시나리오 <잃어버린 계절>로 감독 데뷔한 이후, 1973년에는 실제 간첩사건을 영화화한 <특별수사본부 배태옥 사건>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시리즈로도 흥행한 <엄마없는 하늘아래>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그 여름의 마지막 날>(1984)로 대종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이원세 감독은 하길종, 이장호 등과 함께 1970년대 한국 영화의 새로운 표현 방식과 실험을 시도한 '영상시대'의 동인이기도 했다. 2023년 83세의 나이로 영면에 들었다.
2024.08.23.금 19:00 시네마테크KOFA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