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결혼을 앞둔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 지하철에서 어린 아이들의 죽음을 목격한 뒤로, 아이들의 귀신이 자꾸만 나타난다. 악몽인지 현실인지, 그의 일상은 공포로 변해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기면증으로 대로변에서 갑자기 잠들어버린 여자 연을 만난다. 연이 자신처럼 귀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원은 그녀가 자신의 공포의 비밀을 풀어줄 것이라 직감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연에게 접근한 정원.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공포와 비밀을 그녀와 공유하게 된다. 그러나 연을 통해 자신의 과거에 얽힌 무서운 비밀을 알게 된 정원은 더 큰 혼란에 빠지고, 베일에 싸였던 연의 사연이 드러나면서 그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2003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에 제작된 작품으로 개봉 성적은 아쉬웠지만 높은 완성도로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투신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는 것’에 대한 도시 전설은 현재까지도 종종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2.35:1의 화면비, 천장을 의도적으로 낮게 설계한 세트가 아파트의 폐쇄성, 가족, 모성의 울타리에 갇힌 인물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그려낸다. 감정에 집중하는 내러티브와 연출은 우리가 보고 있는 이미지에 의심을 품게 만들고 영화가 끝났을 때도 각자가 생각하는 사실이 다르도록 의도되어 있다. 임수연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40회 백상예술대상, 제26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였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연기 변신을 감행한 전지현의 원숙한 연기를 볼 수 있다. 4K 리마스터 된 버전으로 상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