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그는 덧문을 잡고 벗나무 쪽을 바라보았다. 매미가 붙어 있는지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달밤이 깊어져갔다. 깊은 밤이 자욱이 퍼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8월이 되려면 열흘이나 남았는데도 가을 벌레가 울고 있었다. 나뭇잎에서 나뭇잎으로 밤이슬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그러자 문득 신고에게 산소리가 들렸다. 바람은 없다. 달은 보름달에 가깝게 밝지만 작은 산 위를 수놓은 나무들의 윤곽은 습한 밤기운으로 희미해진다. 그러나 바람에 움직이지는 않았다. 신고가 서 있는 복도 밑의 풀고사리도 움직임이 없었다. 밤이 되면 가마쿠라의 골짜기 깊숙한 곳에서 파도 소리가 들려오곤 했기에, 순간 바닷소리인가 의심했지만 역시 산소리였다."

동경의 성공한 사업가인 신고는 아들 부부와 함께 살아가며 자신의 처지에 고독과 슬픔을 느낀다. 아들 슈이치는 애인에게 푹 빠져 있고, 며느리는 남편의 외도를 알면서도 참고 견딘다. 슈이치의 비서 에이코는 결국 신고에게 그의 불륜을 알리고 신고는 며느리를 가엾이 여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후기 대표작인 동명 소설을 나루세 미키오 감독이 영화화하였다. "일본의 전통적 감성을 근대적 자아의 고독감을 통해 표현"한 <산소리>는 패전 후 일본 근대소설 중에서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힌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출연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로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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