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운영하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서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극영화를 검색하면 장편과 단편을 합쳐 대략 180편의 작품목록을 얻을 수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들 작품은 유실되어 볼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되었고, 이른바 ‘텅 빈 아카이브’는 한국의 초기영화사는 물론이고 근대사를 상징하는 말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영상자료원 KOFA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일제강점기 작품들을 찾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2000년대에는 FIAF(국제필름아카이브연맹) 회원국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미몽>(양주남, 1936)을 비롯한 10여 편의 극영화를 발굴·수집하였고, 2007년에는 국내 수집을 통해 <청춘의 십자로>(안종화, 1934)를 공개하였습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도록 <청춘의 십자로>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영화'였습니다만, 한국영상자료원 KOFA의 발굴을 향한 노력은 묵묵히 이어졌고 2019년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이규설, 1920년대 후반 추정)와 <순정은 신과 같다>(오카자키 다쓰시, 1927)를 찾아내 올해 공개하였습니다. 전자는 러시아필름아카이브(Gosfilmofond)에서 수집한 것이며 후자는 30년 만에 제 이름을 찾은 영화로, 드디어 1920년대 극영화가 모습을 드러낸 셈입니다.
이에 한국영상자료원 KOFA는 보유 중인 일제강점기 극영화를 KOFA 컬렉션으로 공개합니다. 본 컬렉션에는 총 21편이 포함되는바, 다만 여기서 지칭하는 '극영화'는 일반적 의미의 'feature film'과 함께 '선전'을 목적으로 식민 당국에 의해 혹은 그 의뢰로 민간에서 제작되어 나중에 '문화영화'라 불린 중·단편의 작품들까지 포괄합니다. <월하의 맹서>(윤백남, 1923)를 필두로 다수의 일제강점기 영화들이 '문화영화'로 범주화될 수 있으며, 1930년을 전후해서 '극'을 통한 '교화'의 강조는 식민 당국뿐만 아니라 조선의 영화 제작계나 담론계에서도 활발히 논의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본 컬렉션에는 제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자투리 필름만 남은 불완전판 영상들도 수록했습니다. 보유 중인 소수의 작품들 간 공개의 서열을 나누기보다는 최대한 소개하여 여러분의 관심을 북돋고 관련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대신 많지 않은 작품 수를 보완하고자, 본 컬렉션은 소개하는 작품들에 대한 정보의 보충 및 오류의 수정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 노력은 각 영화의 KMDb 연계 페이지 및 화면 하단에 첨부된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휑한 상태는 면했지만 여전히 빈 곳 투성이인 한국의 초기영화 아카이브에는 앞으로도 채우고 확인해 가야할 영화와 정보가 많습니다. 미약하나마 본 컬렉션이 여러분의 관심과 연구로 이어지고, 이에 저희가 다시 힘을 얻어 또 다른 작품의 발굴 소식을 전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 조사·정리: 이유미(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