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소개

영화를 모아 문화를 만드는 곳

웹진

웹진 상세의 제목, 작성일, 조회 정보를 나타냄
제목 작성일 조회
기관 50주년 국제컨퍼런스 2024.09.24 1703
기관 50주년 국제컨퍼런스

<영화문화 운동의 역사화 작업과 필름 아카이브>를 기획하며

글: 정종화(한국영상자료원)

 
올해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은 한국영화 100선 발표, 해외영화학자 초청 대중 특강, 구글 아트앤컬처의 ‘한국영상자료원 50년의 기록’ 온라인 전시를 기관 50주년 기념 사업으로 준비해 공개했다. 10월 24일, 또 하나의 공들인 이벤트가 대기 중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2023년부터 1980~90년대 영화운동과 관련한 자료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하고 있다. 한국 영화문화가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될 때 그 핵심적 인물로 활동한 김홍준 원장이 펼치는 역점 사업이다. 
2023년 구술채록연구 <영화문화의 변화와 사설 시네마테크의 활동>을 통해 정성일, 김혜준, 이하영, 손주연 등 9인의 인터뷰를 기록했고, <영화감독 박광수 기증 컬렉션>, <서울단편영화제 컬렉션>, <영화시장 개방과 스크린쿼터> 등 그동안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들을 온라인 컬렉션으로 공개했다. 올해에도 연속된 작업으로, 구술채록연구 <1990년대 지역의 영화단체와 상영 활동>과 온라인 컬렉션 <1990년대 시네마테크 컬렉션: 문화학교 서울&대전 컬트> 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학예연구팀이 이 작업들을 진행하면서 생긴 아이디어와 고민을 동아시아적 지평으로 시야를 넓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자리이다. 영화사 연구자들로부터 동아시아 각국의 영화문화 운동에 관한 흥미로운 역사를 듣는 것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필름 아카이브의 큐레이터들과 함께 영화문화 컬렉션의 구축과 역사화 작업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번 국제컨퍼런스에는 일본, 대만, 홍콩 그리고 한국에서, 필름 아카이브 소속 연구자뿐만아니라 영화학자들도 함께 초청했다. 먼저 일본에서는 국립영화아카이브(National Film Archive of JAPAN)의 큐레이터 도미타 미카와 오카다 히데노리가 참가한다. 먼저 도미타 미카는 교토의 리쓰메이칸대학에서 일본영화사 전공 교수로 15년간 재직하다 2015년부터 NFAJ의 상영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그는 <예술영화관 운동의 시대-1980년대의 세존 그룹>이라는 제목으로, ‘스튜디오 200’을 위시로 198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아트하우스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아트하우스가 등장한 사회문화사적 맥락과 시네 세존의 사례 연구를 통해 현재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 지형까지 연결해 논의할 것이다. NFAJ의 오카다 히데노리 전시 큐레이터는, 영화사 연구와 아카이브 활동뿐만 아니라『영화라는 《오브젝트 X》 필름 아카이브의 눈으로 바라본 영화』(2016) 등 대중 에세이와 학술 서적을 활발하게 발표하고 있다. 이번 발표 주제는 < NFAJ 문헌 컬렉션을 통해 본 가와기타 가즈코와 일본 독립 영화상영운동 >
이다. 일본 영화문화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가와기타 가문을 프리즘 삼아,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의 예술영화 상영과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일본 섹션의 토론은 부산대 영화연구소의 전임연구원 채경훈이 맡는다. 그는 1980~90년대 재일조선인 영화사 및 일본 커뮤니티 시네마에 대해 연구했고, 현재 ‘동아시아 영화-네트워크’로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번 토론의 적임자다.
 
대만에서는 국립정치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 라디오-TV학과의 로버트 첸 교수와 대만 영화 시청각 센터(Taiwan Film and Audiovisual Institute)의 상영 프로그래머 하워드 양이 참가한다. 『스크린을 어둡게 바라보기: 대만영화 100년의 성찰Looking at Screen Darkly: One Hundred Years Reflections of Taiwan Cinema』(2013) 등을 저술한 로버트 첸 교수는 대만영화사는 물론 디지털문화 등을 연구하는 저명한 영화학자이다. 그의 발표 < MTV parlor 문화의 부상과 쇠퇴, 대만 시네필 문화의 형성 > 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독특한 주제임에 분명하다. 그는 한국의 비디오방 같은 MTV parlor에서 직접 일하기도 했는데, MTV parlor가 대만의 시네필 문화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디지털 ‘다운로드’ 시대 이전에 대만을 전 세계 영화를 접할 수 있는 행운의 장소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2014년부터 TFAI에서 일하고 있는 하워드 양은, 현재 여러 온·오프라인 지면에서 중국어권 영화에 대해 활발하게 기고하고 있다. <급진적 실험에서 제도적 시네필리아까지: 세 개의 잡지를 통해 본 대만의 예술 영화 문화 추적>이라는 그의 발표 역시, 대만의 예술영화 지형을 파악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대하게 만든다. 『극장 계간Theatre Quarterly』(1965-1968), 『영향Influence』(1971-1979),『영화감상Film Appreciation Journal』(1983-현재)이라는 세 영화잡지가 어떻게 서구와 대만의 영화문화를 연결시키고, 대안적 영화상영은 물론 뉴 시네마 감독들과 접속했는지 살펴볼 것이다. 대만 섹션의 토론은 부산대 영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이선주가 맡았다. 주목받는 학술서『시네필의 시대: 한국 영화문화에서 비디오필리아와 시네필리아』(2024)를 저술했고, 영화비평 담론사를 연구하고 있는 그이기에 심도 깊은 토론이 기대된다.

발표자 토론자 소개

* 발표자/토론자 소개
 
홍콩에서는 홍콩필름아카이브(Hong Kong Film Archive)에서 영화사 연구 및 발간 작업(Research & Editorial Unit)을 이끌고 있는 윙 응이 참석한다. 그는 『홍콩 필모그래피』,『온라인 구술사』 등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한편, 아카이브의 방대한 시청각 컬렉션과 다양한 작품을 SNS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홍콩 필모그래피 시리즈를 통한 홍콩 뉴웨이브 영화의 탐색>이라는 주제의 그의 발표 역시 HKFA의 작업과 전망에 대한 것이다. 홍콩 영화문화의 진화를 기록한 『홍콩 필모그래피』시리즈 등 HKFA의 발간 작업이 어떻게 기획되어 대중들과 만나는지 소개한 후, 홍콩 영화문화를 알리기 위한 최근의 작업인, 소셜 미디어 채널과 온라인 플랫폼으로 전 세계 젊은 세대의 영화 애호가들과 접속하려는 노력을 소개한다. 이 섹션의 토론은 부산대 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이자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인 박은지가 맡는다. 지역 시네필리아 문화와 홍콩영화에 대한 전문 연구자인 그를 통해 더 풍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영화연구자 채희숙과 한국영상자료원 학예연구팀장인 필자가 단상에 오른다. 채희숙은 한국 예술영화운동의 시작점이지만 본격적으로 연구되지 않은 코아아트홀(1989~2004)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영화관의 시절: ‘코아아트홀’을 통해 보는 1990년대 영화 문화의 비공식적 열정>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다. 한국 최초로 상업예술영화관을 표방했던 코아이트홀이 동아시아적 맥락 속에서 등장해 어떻게 대안적인 시장을 만들며 시네필 문화와 접속했는지 살펴보는 흥미로운 발표가 될 것이다. 필자의 발표 주제는 <문화적 실천으로서의 큐레이션: 1990년대 공공 시네마테크로서 한국영상자료원의 역할 모색>이다. 1990년대 한국의 영화문화가 변화하는 데 있어 KOFA가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비밀을 문화거버넌스 개념에서 찾으려고 한다. 1990년대 한국의 영화문화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큐레이션과 컬렉션 개념에 눈을 뜨고 자신의 영화적 지평을 넓히는 데 열정적이었던 영화청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역시 이들과 조력하며 한국의 영화문화가 개화하는 장을 일구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 한국 섹션의 토론은 현재 한국영상자료원의 객원연구원으로 <1990년대 시네마테크 컬렉션>을 구축하고 있는 영화연구자 박진희이다. 마지막 섹션의 발표와 토론은 1990년대 한국의 영화문화에 대한 논의에 머물지 않고, 일본, 대만, 홍콩의 대안적 영화운동의 역사 그리고 필름 아카이브의 역사화 작업과 접속하며,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동아시아적 시야에서 폭넓게 논의되는 시간으로 이어질 것이다.

1980~90년대 동아시아 각국에서 다양하고 독특한 방식으로 펼쳐진 대안적 영화보기 운동,그 공간과 관객 문화, 이를 통해 성장한 각국의 영화계 인력 그리고 영화잡지의 비평 담론과 뉴 웨이브의 형성 등 이번 컨퍼런스 장에는 여러 흥미로운 관점들과 후속 연구 주제들이 부상할 것이다. 또한 객석에는 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의 영화문화를 치열하게 일구고 영화계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함께 할 것이다. 흔치 않는 논의의 장에 동참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10월 24일 10시, 시네마테크 KOFA 2관에서 시작되는 이번 컨퍼런스를 스케줄러에 기록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