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모아 문화를 만드는 곳
블루레이 컬렉션 소름(2001) 감독: 윤종찬 제작 연도: 2022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 공포영화의 걸작 <소름>(윤종찬, 2001)을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하고 블루키노가 제작한 26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낡은 아파트를 무대로, 30년 전 비극적 가족사가 저주처럼 등장인물들을 덮치는 공포와 광기를 그려낸 <소름>은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넘어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2013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에 포함되기도 했다. 제22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38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소름>은 초현실적인 설정을 빌려 우리 내면의 악의와 폭력성, 그리고 보다 은유적으로는 한국사회와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감독은 공포영화라는 장르적 관습을 빌리지만, 자신의 주관적 시각과 메시지를 형상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다소 어렵다. 서사는 불친절하고 인물의 감정과 행위에는 정확한 동기가 없으며, 사운드는 매우 암시적이거나 상징적이고, 영화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는 비밀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약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영화의 진면목에 닿는 순간, “<소름>은 보여지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떻게 우리를 잠식하는지를 증명하는, 시대정신 속에 잠긴 영화”라는 영화평론가 송경원의 설명이 이해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당시만 해도 신인에 가까웠던 두 주연배우 김명민과 장진영의 걸출한 연기다. <소름>은 인물만큼이나 공간, 즉 등장인물들이 거주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아파트가 주인공인 영화다. 감독은 실제 존재하는, 지어진 지 30년 된 북아현동의 금화시민아파트를 어렵게 섭외하여 오픈세트로 영화를 촬영했는데, 감독은 이 공간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인공 조명을 최소화하고 자연광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소름> 속 아파트는 단순히 중요한 공간 배경 정도가 아니라 영화의 존재조건이자, 다소 과장하자면 영화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주된 정서가 광기라면 그 원천은 30년의 세월 동안 서서히 낡아온, 그 세월의 저주를 간직해 온 아파트 그 자체라 하겠다. 그리고 영화 속 미금아파트의 30년이 현실 속 금화아파트의 30년과 겹쳐질 때, 우리는 <소름>이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소름> 특유의 현실성 혹은 역사성은 이러한 영화적 공간의 겹침에서 비롯된 효과이기도 할 것이다. 이 영화의 코멘터리에는 감독 윤종찬과 영화평론가 정성일이 참여하였다. 평론가이자 감독인 정성일은 특유의 통찰력으로 영화에 대한 분석과 감독과의 대화를 이어가며,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까지도 당시의 연출의도와 일화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윤종찬 감독은 장면 하나하나에 담긴 영화의 비밀을 기꺼이 털어놓는다. 이 블루레이의 영상은 한국영상자료원이 2020년 진행하여, 감독의 검수를 받은 심화복원의 결과물(4K)을 소스로 하였다. 복원을 통해 재탄생한 뛰어난 영상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플먼트로 윤종찬 감독이 미국 유학 시절 만들었던 세 편의 중단편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한국영상자료원은 <소름>의 원 아이디어를 제공한 중편 <메멘토> 16mm 필름을 고화질로 디지털화하여 수록하였는데, 이는 이 블루레이의 소장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
|
블루레이/DVD 정보 |
본편 자막: 한국어, 영어, 일어
화면: 1080P FULL HD 16:9 오디오: Korean DTS-HD MA 5.1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Special Feature - 음성해설: 윤종찬(감독), 정성일(영화감독, 영화평론가) - 메이킹 영상 - 단편 : 플레이백 메멘토 풍경 - 복원전후영상 - 이미지자료모음 - 예고편 Trailer 소책자 <소름>: 망각의 주름 사이 스며든, 슬퍼서 섬뜩한 시대의 얼굴: 윤종찬 감독의 <소름>(송경원, 영화평론가) 기타 영화엽서 3종 |
---|
블루레이, DVD 문의: 02) 3153-2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