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조 초, 고려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박만도(박노식)는 이성계에게 몸을 실으려 하는 동문수학한 친구 김진국(이낙훈)을 암습하여 죽인다. 박만도는 싹을 자르고자 김진국의 부인과 자식까지 죽이려 하나, 김진국의 처는 자식을 박만도의 집 앞에 버려두고 죽는다. 한편 아들을 낳지 못해 괴로워하던 박만도의 처(조미령)는 집 앞의 아들을 자신이 낳았다고 속이고, 갓 낳은 딸자식을 버리는데, 이 딸은 김진국의 아버지(정민)에 의해 자라게 된다. 서로 바뀐 운명 속에 자라난 금홍(남진)은 아버지라 믿는 박만도의 여망인 고려의 복원을 위해, 매화(남정임)는 할아버지의 여망인 복수를 위해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바친다.

뒤바뀐 운명을 가진 후세대의 복수담은 대중서사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클리세라 할 수 있다. 임권택의 연출은 이러한 기둥 줄거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나, 세세하고 설득력 있는 동기부여를 통해 극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극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검투 장면은 박진감이 있고, 합이 맞아 당대 어설픈 액션 연기의 틀을 뛰어넘는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그가 왜 당대의 오락감독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