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경기도청에 근무 중인 일본인 다니(하명중)는 창씨개명을 독려하기 위해 설씨 종손인 설진영(주선태)을 방문한다. 본디 자유주의자이자 화가인 다니는 한국인에게 우호적인 인물로 700년 간 이어온 족보를 중시하는 설진영의 말에 감명을 받는다. 하지만 창씨개명을 요구하는 일본인들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지방 토호로서 쌀 공출 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설진영 역시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총독부는 설진영의 딸 옥순(한혜숙)의 약혼자를 독립군이라는 누명을 씌워 고문하고, 옥순은 결국 파혼에 이른다. 손자들도 학교에서 성 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자 결국 설진영은 자신의 이름만 남기고 가족들의 이름을 개명한 후, 성씨를 지키지 못한 자책감에 목숨을 끊는다.

가지야마 도시유키(梶山季之)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임권택의 ‘진정한 의미에서’ 첫 번째 걸작으로, 한국적 질서라 부를 수 있는 임권택 영화의 원형이 비로소 시작되는 작품이다. 오리지널 네거티브 한권이 소실되어 105분짜리 불완전판 프린트로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