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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편: 시계(단편) + 하녀
KOFA short film + The Housemaid
복원편: <시계>
아카이브를 떠도는 유령에 관한 두 번째 단편, ‘복원’을 키워드로 한 이 단편에서는 그러나 완벽한 복원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훼손된 것들, 망가진 것들 그리고 그것의 회복, 소중하게 간직해왔던 낡은 시계와 카메라, 그리고 추억과 사람들까지 주변의 소중한 것들이 조금씩 망가져 가는 한 여성의 슬프지만 희망 섞인 모놀로그를 통해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훼손되고 망가진 한국영화사의 역사와 시간, 추억을 회복하고 지금의 관객 앞에 다시 돌아오게 하려는 아카이브의 이야기를 담아보다.
복원에 관한 단편, <시계>는 2005년 대만영상자료원에서 수집, 디지털 복원해 2007년 제60회 깐느국제영화에 출품됐던 신상옥 감독의 1962년작 <열녀문>과 2008년 세계영화재단의 후원으로 복원돼 깐느영화제에 연이어 출품됐던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와 함께 상영된다.
하녀
한국 | 1960년 | 108분 | 흑백 | DCP
감독: 김기영
출연: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고선애, 강석제
이층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불륜과 살인. 비틀린 욕망이 불러온 한 중산층 가정의 파국과 몰락을 다룬 작품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이자 이후 꾸준하게 반복되며 특유의 스타일과 주제를 결정지은 작품이다. 욕망의 화신과도 같은 여성들과 성적, 경제적으로 무능한 가장의 대조, 그 속에서 몰락해가는 중산층 가정의 모습은 10년을 주기로 <화녀>(1971) <화녀 82>(1982) 등으로 재창조되었고 비슷한 소재의 <충녀> <육식동물> 등으로 변주되었다. 이른바 ‘금촌살인사건’이라 불리던 실화를 소재로 한 <하녀>는 개봉 당시 40일이 넘는 상영일수 동안 2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당시 최고 흥행작이기도 했다.
세트에서 촬영, 조명 등 영화 전체가 감독의 치밀한 통제 하에서 이루어진 영화는 특히 계단을 중심으로 1, 2층으로 놓인 이층집의 기괴한 미장센과 불협화음이 관객에게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를 선사한다. 영화에서 ‘하녀’는 가족 내에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질서와는 무관한 존재로 등장한다. ‘길들여지지 않은’ 하녀에 대한 공포는 집에 도착한 첫날 부엌에서 쥐를 잡는 하녀의 모습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영화는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변화하던 사회와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공포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2008년 마틴 스콜세지의 세계영화재단((World Cinema Foundation)의 후원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디지털 복원한 작품으로 2008년 깐느국제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출품되어 호평 받은 작품이다.
2014.06.24.화 19:30 시네마테크KOFA 1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