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낡고 초라한 극장에서는 밤마다 유령이 출몰하고, 가출한 할머니를 찾아 낡은 극장에 들어선 소녀는 유령들과 친구라도 된 듯 한 밤의 쇼를 즐기는가 하면, 전설 속에 사라진 필름에서는 괴물이 스크린을 뚫고 극장 안으로 뛰어나온다.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 들어간 ‘이상한 나라’처럼, <록키호러 픽쳐 쇼>의 기이한 고성처럼 황당하고도 이상한 사건들로 가득한 세상, 팀 버튼의 <비틀 쥬스>에서 막 빠져 나온 것 같은 산만한 유령들과 유령보다 더 기이한 인간들이 벌이는 한바탕 난장판, 전계수 감독의 데뷔작 <삼거리 극장>은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농담 같은 상황과 상상력, 개성 가득한 캐릭터와 노래로 무장한 기이한 영화다. 나른하고 무료한 낮의 풍경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유령들의 경쾌한 춤과 노래로 활기차게 채워지는 전반부에 이어 잃어버린 전설 속의 괴수영화를 찾아 나서는 소단과 유령들의 고군분투를 담은 후반부로 채워진 영화는 멀티플렉스의 공세에 밀려 사라진 동시상영 극장, 흑백 무성영화와 B급 영화 같은 이제는 쇠락한 오래된 영화, 사라진 것에 대한 애상과 회상, 어쩔 수 없는 애정으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