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실업 상태인 남편과 지겨운 가난, 생계수단인 여급일에서 해고까지 당한 세실리아는 유일한 위안을 얻는 극장으로 향한다. 그녀가 좋아하는 이국적인 모험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를 보고 또 보던 그녀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영화 속 모험가인 탐 박스터가 그녀에게 말을 걸며 스크린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영화 속 허구의 세계와 영화 밖 현실 세계에는 엄청난 혼동이 찾아온다. 남루한 현실 대신 스크린 속으로 뛰어든 남자의 모험을 그린 버스터 키튼의 <셜록 주니어>와 달리 우디 알랜은 스크린 속의 인물을 현실로 불러낸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이 이상적인 세계인 스크린에서 현실로 뛰어나오는 순간, 그는 곧 돈이나 실연, 배신 같은 속세의 문제에 휩쓸리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다시금 비탄과 슬픔에 젖은 가슴을 부여잡고 극장으로 향한 세실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망연히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의 매력적인 춤에 매료되어 간다. 현실과 허구 그리고 영화의 속성에 대한 탐구와 애정 어린 풍자를 담은 영화로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젤리그> 등과 함께 우디 앨런이 영화 매체에 대한 탐구에 몰두했던 시기의 대표작 중 한 편으로 이번 기념 영화제에서는 특별히 <셜록 주니어> <탑 햇>과 함께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