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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름
The Conflagration (Enjo)
"나는 우선 유리 상자 속에 넣은 정교한 금각의 모양을 보았다. 모형은 내 마음에 들었다. 이것이 오히려 내가 꿈꾸던 금각에 가까왔다. 그리고 이 큰 금각의 내부에 이렇듯 꼭 그대로 닮은 작은 금각이 들어 있는 모습은 대 우주 속에 소 우주가 존재하는 것 같은 무한한 상관을 생각하도록 했다. 나는 비로소 금각에 대한 꿈에 잠길 수 있었다. 이 모형보다도 더욱더 작은, 그러면서도 완전한 금각과, 실물인 금각보다도 무한히 큰, 거의 세계를 감쌀 수 있는 금각과를. "
쇼와 19년 봄, 말더듬이인 미조구치는 승려인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유서를 들고 교토에 있는 한 절을 찾아간다. 아버지의 친구였던 이 절의 주지의 도움으로 그는 도제 수업을 받게 된다. 미조구치는 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취각'에 점점 사로잡히게 된다. 1950년 실제 일어난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1956)를 이치카와 곤 감독이 영화화하였다. 미조구치의 취조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정교한 플래시 백 구조를 사용하여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들을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흑백의 시네마스코프 화면에 취각사가 불타는 장면은 컬러 영화가 주지 못하는 기이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며 파괴되지 않는 절대미에 집착한 미조구치의 비애를 드러낸다. '금각사'라는 고유명사 사용이 허락되지 않아 영화에서는 '취각'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스틸이미지 ©1958 Kadokawa Pictures
35mm 프린트 일본국제교류기금
2023.01.28.토 16:00 시네마테크KOFA 1관 E영어자막
2023.02.07.화 19:00 시네마테크KOFA 1관 E영어자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