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있는 곳, 영화를 만나는 곳, 영화가 당신을 기다리는 곳
화녀 (35mm)
Woman of Fire
이야기는 식모 명자(윤여정)와 집주인 동식(남궁원)이 살해당한 현장에서 시작하여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골에 살던 명자는 뜻하지 않게 사람을 죽이고 도망치듯 상경하여 식모일을 시작한다. 이내 유부남 집주인과의 치정에 얽히며 명자의 앞날은 다시 악화일로에 놓이게 된다.
김기영과 정일성이 함께 한 첫 작품이다. <화녀>는 모노크롬을 벗어나 컬러를 사용하는 것에 그쳤던 동시대 영화들과는 달리 도발적인 원색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인물 간 히스테릭한 갈등을 부각시킨다. 정일성은 "최고의 컬러를 내는 것을 목표로, 낮엔 테스트 촬영하고 밤에는 필름을 현상해서 그 다음 날 김기영 감독과 캐릭터의 색 심리학을 연구했다. 각 심리를 바탕으로 색이 결정되면 감독과 둘이 조명을 사고 벽을 칠하고 소품을 배치했다."고 회고한다. 영화의 주축이 되는 실험적인 몽타쥬는 당시 정일성이 청계천 책방의 잡지들을 뒤져 촬영한 이미지 쇼트로 화면의 역동성을 구현해낸다.
1972년 칸영화제 출품용으로 프랑스어 자막을 입힌 유일본 35mm 프린트로 상영하며, 촬영 당시 작성된 장면표와 현장 스틸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