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안개로 둘러싸인 외딴 산골의 동족부락. 그곳에 새로 부임한 수옥(정윤희)은 마을 초입에서 깨철(안성기)을 마주하고 뱀을 마주한 듯한 공포를 느낀다. 깨철을 향한 마을 사내들의 과장된 허세와 아낙들의 기묘한 보호본능 사이에서 수옥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간다.

<안개마을>은 원작 『익명의 섬』에는 등장하지 않는 '안개'를 주요한 모티프로 추가함으로써 원작의 의도를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정일성은 임권택과의 끈질긴 헌팅 끝에 찾아낸 안개로 뒤덮인 마을 직티리에서 원작 속 문장 "분출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할만큼 폐쇄되고 억제된 성(性)"을 정확히 카메라에 담아낸다. 롱 쇼트로 담긴 깊은 산세는 마을의 배타성을 강조하고 플롯 진행에 따라 관객의 시야를 가리는 안개는 정체모를 섬 같은 인물 깨철의 신비로움을 강화한다. 대종상 일정에 맞추기 위해 단 12일 내에 완성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운 수작이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4K 복원판으로 상영하며, 촬영 당시 현장 스틸을 수집한 앨범(상영일 당일 한정)을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