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박남옥 감독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작품인 <미망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로, 당대의 사회적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박남옥 감독이 아이를 업고 있는 유명한 사진은 그녀가 영화감독이자 어머니로서 겪었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촬영장에 함께 출퇴근해야 했던 그녀의 모습은 미망인 속 주인공 이신자에 투영되어 있다. 영화는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망인 이신자가 새로운 남자와 교제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신자는 모성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으며, 사랑을 택하는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영화는 그녀의 선택을 단순한 성공이나 실패로 규정하지 않는다. 설령 모성을 택했더라도 생계를 위해 일을 나서야 하기에 아이를 온전히 돌볼 수 없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망인은 이러한 여성의 욕망을 대상화하거나 도덕적으로 단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후 보수적 이데올로기가 균열된 시대 속에서 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그들의 선택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후반부 10분 가량 사운드가 없으며, 원본 필름의 마지막 부분이 유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