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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감독 김용훈
  • 각본 김용훈
  • 제작자 장원석 (P.G.K)
  • 프로듀서 김지훈
  • 촬영 김태성
  • 미술 한아름 (SANGSANG GONGJACSO)
  • 의상 조희란 (RAN)
  • 음악 강네네
  • 편집 한미연
  • 출연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신현빈
  •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모든 것은 돈 가방과 함께 시작되었다.]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 탕을 꿈꾸는 태영.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벼랑 끝에 몰린 그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고,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큰돈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음 안돼”] 고리대금업자 박사장,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 불법체류자 진태, 가족의 생계가 먼저인 영선, 기억을 잃은 순자까지... 절박한 상황 속 서로 속고 속이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한탕을 계획한다. (출처 : kobis)

BA엔터테인먼트 기증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의상/소품
중만(배성우) 아버지 유품 박스 : “실제로 등장인물이 입고 나오진 않지만 중만의 아버지가 횟집 주방장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소품으로 유품 상자에 넣었다. 영화에서는 중만이 돈을 숨기기 위해 상자를 열 때 등장한다.” (김용훈 감독) 중만(배성우) 아버지 유품 박스 : “실제로 등장인물이 입고 나오진 않지만 중만의 아버지가 횟집 주방장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소품으로 유품 상자에 넣었다. 영화에서는 중만이 돈을 숨기기 위해 상자를 열 때 등장한다.” (김용훈 감독)
메기(배진웅) 가방과 칼 : “메기라는 특이한 인물이 칼을 어디서 꺼낼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많은 영화에서처럼 품에서 꺼내야 할지 허리춤에서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요즘에 많이들 매는 작은 쌕에서 칼을 꺼낸다면 굉장히 위협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소품을 설정했다.”(김용훈 감독) 메기(배진웅) 가방과 칼 : “메기라는 특이한 인물이 칼을 어디서 꺼낼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많은 영화에서처럼 품에서 꺼내야 할지 허리춤에서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요즘에 많이들 매는 작은 쌕에서 칼을 꺼낸다면 굉장히 위협적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소품을 설정했다.”(김용훈 감독)
중만(배성우) 회칼 : “ 중만의 아버지가 쓰시던 회칼이자 연희가 두만을 죽이는 회칼로, 영화 전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품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실제 제 아버지 성함을 한자까지 똑같이 새겨서 더욱 의미가 깊은 소품이다.” (김용훈 감독) 중만(배성우) 회칼 : “ 중만의 아버지가 쓰시던 회칼이자 연희가 두만을 죽이는 회칼로, 영화 전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품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실제 제 아버지 성함을 한자까지 똑같이 새겨서 더욱 의미가 깊은 소품이다.” (김용훈 감독)
미란(신현빈) 의상 : “시간이 흐를수록 미란이 ‘연희’화되가는 것이 보였으면 했다. 처음에는 패턴이 없는 쭈글쭈글한 느낌의 의상이었다가 연희를 만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색깔과 패턴이 들어가는 것이다. 미란이 죽기 전의 펜션 장면을 보면 미란이 연희처럼 머리도 짧게 자르고 화려한 패턴을 입은 것을 통해 전과는 달리 완전히 연희화 된 것을 볼 수 있다.” (김용훈 감독) 미란(신현빈) 의상 : “시간이 흐를수록 미란이 ‘연희’화되가는 것이 보였으면 했다. 처음에는 패턴이 없는 쭈글쭈글한 느낌의 의상이었다가 연희를 만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색깔과 패턴이 들어가는 것이다. 미란이 죽기 전의 펜션 장면을 보면 미란이 연희처럼 머리도 짧게 자르고 화려한 패턴을 입은 것을 통해 전과는 달리 완전히 연희화 된 것을 볼 수 있다.” (김용훈 감독)
두만(정만식) 트레이닝복 : “노래 주점은 두만에게는 집과 같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기 때문에 정장 같은 불편한 의상이 아니라 집에서 편하게 있듯이 트레이닝복을 입은 것이다.”(김용훈 감독) 두만(정만식) 트레이닝복 : “노래 주점은 두만에게는 집과 같은 편안한 느낌의 공간이기 때문에 정장 같은 불편한 의상이 아니라 집에서 편하게 있듯이 트레이닝복을 입은 것이다.”(김용훈 감독)

김용훈 감독 인터뷰
“기존 장르에 적극 접속하는 동시에, 각본부터 배우의 연기, 유연한 시간의 구조까지 부정할 수 없는 장인의 솜씨를 보여준 강력한 데뷔작.” 에게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여한 로테르담국제영화제의 애정어린 평이다. 저 멀리 네덜란드에 모인 각국의 영화인이 그랬듯 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풍덩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조연의 별명부터 영화의 배경과 소품 설정까지 모두 이어지도록 촘촘하게 설계된 이야기 본연의 힘이다. 개봉 4일 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위기 상황에서 첫 장편 영화를 선보인 김용훈 감독을 상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만났다.
황민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화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김용훈
원래 준비하던 영화의 진행이 더디던 차에 서점에 갔다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이라는 제목을 보고 확 끌렸다. 소설에서만 가능한 서술 트릭과 구조가 있어서 영화화한다면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처음엔 감이 잘 서지 않았지만 나름의 트랜지션을 해보면서 시나리오를 써보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집필 과정에서 점차 이야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원작 일본 작가가 번역된 시나리오를 맘에 들어 해서 판권 구매도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황민진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김용훈
캐릭터의 직업 설정이나 연희(전도연)의 등장 시점에 따른 구조적 트랜지션 등 많은 부분을 바꿨지만 가장 크게 바뀐 점 중 하나는 엔딩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중만(배성우)의 집이 불타면서 모든 것이 끝나는데, 영화를 그렇게 끝낸다면 너무 허무할 것이라 생각했다. ‘과연 당신한테 이런 기회가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이를 위해 돈가방에서 시작해 돈가방으로 끝나는 엔딩으로 바꾸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렇다면 누가 돈가방을 가져가는 것으로 영화를 끝낼지 엄청나게 고민했다.
황민진
원작보다 영화의 엔딩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용훈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이 영화의 결말이 가지는 느낌은 원작보다 더 서늘한 것이었다. 관객 중 누군가는 고생한 영선(진경)이 돈가방을 쥐었다는 것에 위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돈가방은 재앙을 의미하는 메타포이기 때문에 영선에게 이것이 과연 해피엔딩일지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영선이 돈가방을 가지고 튈지 경찰서로 갈지, 행선지를 확실히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이 영선의 선택에 대해 더 생각해보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배경음악도 처음에는 희망적인 음악처럼 전개되다가 엔딩에서 분위기가 바뀐다.
황민진
‘붕어’, ‘메기’와 같이 조연들이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불리는데 이러한 별명은 어떻게 지었나.
김용훈
별명과 설정의 연결을 통해 인물들 사이의 먹이사슬과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예를 들어 태영(정우성)의 경우도 원래는 "미꾸라지 같은 새끼"라는 대사가 있었다. 이런 '미꾸라지'를 잡는 게 ’메기‘이고 원작에서 툭눈붕어라고 불리던 캐릭터 역시 ’붕어‘라는 별명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어류들 위주로 세팅을 했다. 이러한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상어'가 연희임을 보여주고자 상어 문신 설정을 넣은 것이다. 주요 공간 세팅을 양어장으로 한 것과 연희가 태영의 집에 왔을 때 해주는 음식을 북어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은 나만 아는 것이긴 하지만, 노래주점에서 태영이 두만(정만식)에게 위협당할 때 TV에 상어가 왔다 갔다 하는 화면을 넣음으로써 그 공간이 원래는 상어를 의미하는 연희의 공간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러한 부분들을 통해 영화 전체를 보았을 때 마치 물속의 먹이사슬 같은 느낌으로 인물들을 연출했다.
황민진
후반부 뉴스에서 나오는 물고기의 떼죽음이나 영화화하면서 중만의 가게를 횟집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도한 것인가.
김용훈
맞다. 영화 흐름 상 뉴스가 나오는 시점이 인물들이 다 죽어 나가는 상황이니 물고기 떼죽음 뉴스가 나오는 것이 재미있는 연출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중만 가게의 경우, 원작에서는 원래 횟집이 아니라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이발소였다. 그런데 사실 한국에서 이발소로 몇십 년의 가업을 잇는 경우는 드물다 보니 음식점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아까 이야기한 물속의 먹이사슬 같은 영화 속 이미지와 맞으면서도 칼이 등장하는 횟집으로 설정을 바꿨다.
황민진
영화 연출에 영향을 준 문학작품이나 영화가 있나?
김용훈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한 코엔 형제의 다. 의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뉘었다. 이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보는 사람이 95%였고 나머지 5% 정도가 블랙코미디로 보았다. 사실 나는 와 같은 블랙 코미디적인 측면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는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서늘한 영화인데도 영화를 보면서 굉장히 많이 웃었다. 끔찍한 장면에서도 웃음을 유발하는 이런 묘한 경험을 시나리오를 쓰면서 살리고자 노력했다.
황민진
매 장면마다의 색감과 조명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조명감독, 촬영감독에게 특별히 요구한 것이 있는가.
김용훈
일단 조명감독, 촬영감독님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은 인물마다의 색깔이 달랐으면 좋겠다는 점이었다. 결국 앙상블에 대한 영화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한명 씩 등장할 때마다 서로 대비되도록 각 인물의 색깔이 지닌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다. 진태의 경우 보라, 연희는 화이트, 미란은 오렌지빛, 태영은 블루와 같이 다양한 색깔을 통해 다채로운 느낌을 전달하고자 조명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예를 들어 중만의 경우는 가장 평범한 사람이다 보니 색깔이 많이 들어가기보다는 태양광 위주의 자연스러운 느낌의 조명으로 설정했고, 이 이야기의 출발점인 미란은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텅스텐 조명을 주로 썼다. 촬영감독님과는 공간이 주는 인물들 간의 특징을 보여주고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를 들어 태영의 경우, 네온사인 속에서 고독을 느끼는 한 남자의 느낌을 주기 위해 노래 주점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네온사인에 둘러싸여 있도록 공간 연출을 했다.
황민진
평택이라는 지역을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용훈
일단 스토리 상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도시여야 했기 때문에 항구 도시를 생각했다. 유명한 인천이나 부산보다도 평택에 흥미를 가지게 된 이유는 내륙지방인데도 항구가 있다는 점에서였다.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 있으면서도 항구가 있고 중국으로 떠나는 배가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과거에 평택을 갔을 때 이질적인 것들이 많이 섞여있다고 느꼈다. 미군부대, 논밭, 반도체 회사의 공장들, 유흥가에다가 항구와 함께 횟집이 즐비한 복합적인 느낌들이 이 영화에 굉장히 적합하겠다고 생각했다.
황민진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숫자에서 다양한 의미를 찾아내기도 했는데, 의도한 것인지 궁금하다.
김용훈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중만이 돈가방을 넣는 락커번호는 47인데, 돈가방을 통해 불행(4)과 행운(7)이라는 딜레마를 동시에 겪는 이야기 속에서 두 숫자의 조합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같은 맥락에서 태영의 집도 704호로 설정했다. 그런데 사실 영선의 병실 호수 704호는 의도치 않게 얻어걸린 것이다. (웃음) 헌팅하면서 따로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704호에서만 촬영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사실 영화 속에서도 호수가 잘 보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예리하게 캐치한 것이다.
황민진
기증된 의상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미란의 의상에서는 특히 어떤 부분을 신경 썼나.
김용훈
시간이 흐를수록 미란이 ‘연희’화되가는 것이 보였으면 했다. 처음에는 패턴이 없는 쭈글쭈글한 느낌의 의상이었다가 연희를 만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색깔과 패턴이 들어가는 것이다. 미란이 죽기 전 펜션 장면을 보면 미란이 연희처럼 머리도 짧게 자르고 화려한 패턴을 입은 것을 통해 전과는 달리 완전히 연희화 된 것을 볼 수 있다.
황민진
기증된 소품 중 가장 아끼는 소품은 무엇인가.
김용훈
회칼이다. 중만의 아버지가 쓰시던 회칼이자 연희가 두만을 죽이는 회칼로, 영화 전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품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영화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실제 저희 아버지 성함을 한자까지 똑같이 새겨서 더욱 의미가 깊은 소품이다. 사실 제가 정말 갖고 싶었던 소품이라서 더욱 잘 보관되길 바란다. (웃음)
황민진
영화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은?
김용훈
순자가 불난 집을 바라보면서 중만의 머리를 쓰다듬는 장면이다. "두 팔 두 다리만 멀쩡하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이 대사가 스토리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이 장면의 경우 테이크를 두 번 갔는데 윤여정 선생님이 연기한 버전이 첫 번째고 내가 디렉팅한 버전이 두 번째인데 결국 첫 번째 테이크를 영화에 썼다. 선생님이 연기한 버전에서 순자는 불난 집을 보면서 오묘하게 웃음을 짓고 나는 조금 더 건조하고 덤덤한 느낌으로 디렉팅했다. 나중에 편집실에 들어가서 첫 번째 테이크를 보니 이게 치매인지 아니면 제정신으로 하는 말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미묘한 웃음이 굉장히 블랙 코미디스럽다고 생각해서 그 테이크를 썼다. 윤여정 선생님의 연기도, 대사도 음악도 모두 좋아하는 장면이다.
황민진
만약 감독님 본인이 영화와 같이 돈가방을 줍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하실지 궁금하다.
김용훈
나도 그렇게 큰 거액의 가방을 맞닥뜨리면 처음엔 중만처럼 행동할 것 같다. 일단 누군가 찾으러 오는지 살피다가 오지 않으면 한 두 뭉치를 빼보기도 하고. 그러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면 불안해서 끙끙 앓다가 어찌 되었든 결국엔 경찰서에 갖다줄 것 같다. 이런 건 함부로 갖고 오면 안 된다. (웃음)
편집 황민진(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 ㆍ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