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4전5기다. 장원석 BA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 감독 김용훈) <침입자>(2020, 감독 손원평) <사라진 시간>(2020, 감독 정진영) <유체이탈자>(2021, 감독 윤재근) 등 제작한 영화 4편을 코로나 19 기간에 개봉시키면서 연이은 쓴맛을 봤었다. “다시는 내가 제작한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팬데믹에 맞선 안타까움 때문이리라. 전편인 <범죄도시>가 무려 688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히트작이었다고 해도 <범죄도시2>가 팬데믹 극장가에서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될 거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이 거의 없었던 것도 그래서다. <범죄도시 2>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뒤인 지난 7월25일, 장원석 대표를 만났다.
김성훈
<범죄도시2>를 개봉시키자마자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 출연 마동석,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 이범수) 촬영을 시작했는데
장원석
<범죄도시2> 흥행 성적과 상관 없이 계획한 제작 일정이었다. 인천에서 촬영을 시작했다(<범죄도시 3>는 11월8일 크랭크업 예정이다-편집자)
김성훈
<범죄도시2>가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것을 축하드린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침체된 극장가에서 많은 관객을 불러 모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장원석
<범죄도시2> 흥행과 관련한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인데, 반대로 여쭙고 싶은 질문이다. 우리 영화가 왜 흥행한 것 같나. (웃음)
김성훈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한 관객의 답답함을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통쾌하게 풀어줄 것이라는 전작에 이은 기대감? 전작이 흥행작이기도 했고, 배급도 영리했던 것 같다.
장원석
그것만으로는 관객이 천만씩이나 들 수 있었을까. 영화 자체가 재미있어서이지 않을까.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영화가 재미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영화가 재미있으면 흥행할 수 있다는 법칙을 <범죄도시2>가 다시 증명한 것 같다. 그럼에도 코로나 19 시국에 천만여명이 이 영화를 봤다는 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김성훈
<범죄도시2>가 여름 시장을 앞두고 먼저 선보였는데, 배급 일정을 그렇게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장원석
당시 한국영화들이 나서는 걸 꺼려하는 산업 분위기에서 할리우드 대작들과의 경쟁을 피하되, 먼저 나서자는 큰 원칙이 있었다.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관객수 300~500만명만 동원해도 훌륭한 성적일 거라는 기대도 했었다. 물론 먼저 개봉했던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5월 18일에 개봉하면 2주 뒤에 지방 선거를 포함한 연휴가 있어서 승산을 걸어볼 수 있겠다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경쟁작이던 <쥬라기 월드 : 도미니언>이 뒤로 빠지면서 기적적인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 같다.
김성훈
프로듀서이기도 한 배우 마동석과 함께 많은 범죄 사건들 중에서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에서 교민을 상대로 한 범죄를 속편의 주요 사건으로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
장원석
마동석 선배가 <범죄도시2>를 준비할 때 여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아이디어 초안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 19가 생기기 전이었으니까 해외 여행을 갔을 때 한국에서 현지로 도피한 범죄자들로부터 당하는 피해 이야기가 이야기를 발전시키는데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그렇게 심플하게 출발했다.
김성훈
전작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보니 속편을 제작하는데 부담감은 없었나.
장원석
말씀대로 전편은 정말로 관객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아 흥행했던 작품이라 전편의 명성에 누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전편도 이번 영화도 모든 제작진이 절박하게, 또 열정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이 인터뷰의 키워드는 절박감과 간절함 그리고 열정! (웃음) 마지막으로 하면 된다는 정신.
김성훈
이 영화는 베트남이 공간인 시퀀스들이 많지만, 코로나19가 심각했을 때 촬영을 시작했던 까닭에 베트남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같은 로케이션의 제약과 한계를 어떻게 돌파했나.
장원석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실제 베트남 같은 공간을 미술로 구현하고, 베트남에 가서 배경, 풍경 등 소스 촬영을 한 뒤 VFX(시각특수효과)를 통해 합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공간은 아니라서 VFX와 미술을 통해 충분히 사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성훈
프로듀서이자 배우 마동석씨가 이번 영화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보탠 것으로 알고 있다.
장원석
마석도 형사 캐릭터의 80, 90%는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현장에선 대본을 구현하는데 집중하고, 애드리브를 하더라도 대본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려고 했다.
김성훈
빌런 역할인 손석구를 캐스팅할 때만 해도 인기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공개되기 전이었는데, 손석구가 이렇게 성장할 줄 예상했었나.
장원석
<범죄도시 2>의 빌런을 찾기 위해 주변에 두루두루 물어왔는데 손석구씨가 ‘라이징’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살펴보니 진짜 우주의 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함께 작업하자고 제안했다.
김성훈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해준 의상에 대한 얘기도 듣고 싶다. <범죄도시2>에서 마동석이 입은 마석도 형사의 의상은 정장을 베이스로 한 컨셉인데.
장원석
의상도 분장도 실제 형사들이 입는 의상들을 바탕으로 설계했다. 마동석씨도 개인적으로 의견을 냈고. 전편에서 마석도 형사의 활동성이 강조됐다면 이번 영화에선 좀 더 노련하고 여유있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 같다. 실제로도 마석도 형사처럼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업무를 보는 형사들이 많다.
김성훈
한국영상자료원에 의상을 기증해준 소감을 말씀해달라.
장원석
영화를 다 찍고 나면 제대로 보관되지 않는 의상들을 보존고에서 전문적으로 영구 보존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기증하게 됐다. 투자배급사나 제작사가 이 의상들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만, 의상을 전문적으로 보존하고 관리할 여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의상감독들에게 주는 거고, 이들이 자신의 의상 창고나 작업실에서 보관하다가 다른 작품에서 재활용하거나 버리는 거다. 사실 영화가 끝나면 의상들이 활용할 기회가 없으니까. 그런 현실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이 보존하겠다고 하면 응하지 않을 제작자가 없지 않나.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