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한국영화의 모든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보물창고

기증된 영화유산

오징어 게임

  • 감독 황동혁
  • 각본 황동혁
  • 프로듀서 한홍석
  • 촬영 이형덕
  • 음악 정재일
  • 편집 남나영
  • 소품 진훈
  • 출연 이정재, 박해수, 오영수, 정호연, 위하준, 허성태,
  • 의상 조상경
  • 제작사 (주)싸이런픽쳐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주)싸이런픽쳐스 기증 <오징어 게임> 의상
기훈역(이정재) 의상 기훈역(이정재) 의상
일남역(오영수) 의상 일남역(오영수) 의상
새벽역(정호연) 의상 새벽역(정호연) 의상

조상경 의상감독 인터뷰
사실은 우리는 조상경 의상감독의 손을 거친 의상을 익히 봐왔다. 잘 모르겠다고? <신세계>(감독 박훈정, 2013)에서 정청(이정재)이 입은 수트, <친절한 금자씨>(감독 박찬욱, 2015)에서 이영애가 입었던, 물방울무늬가 불규칙적으로 나열된 땡땡이 원피스가 떠오른다. <타짜>(감독 최동훈, 2006)에서 김혜수가 입었던 원색 계통의 실크 원단의 원피스는 정 마담(김혜수)의 섹스어필한 매력을 극대화하는 무기이자, 수컷들이 득실거리는 도박판에서 기가 전혀 눌리지 않게 해준 보호막이었다. <헤어질 결심>(2022) 이전에 <만추>(감독 김태용, 2011)가 있었다. <만추>에서 현빈과 탕웨이가 각각 입은 짙은 갈색 계통(현빈)과 옐로 계통(탕웨이)의 낡고 긴 코트는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과 더없이 잘 어울렸고, 다시 헤어질 수밖에 없는 두 남녀의 쓸쓸한 운명과 애틋한 감정을 암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영화 4편이 한주 간격으로 맞붙었던 올해 여름 시장에서 조상경 의상감독이 작업한 영화만 <외계+인> 1부와 <헌트>, 두 편이나 된다. 데뷔작 <피도 눈물도 없이>(2002)부터 최근의 <헌트>까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영화 속 인물들의 의상들을 창조해낸 그를 만나 <외계+인> 1부, <헌트> 그리고 에미상 6관왕을 차지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등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한 세 작품에 대한 작업기를 들었다.
김성훈
에미상에서 6개 부문을 수상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감독 황동혁) 얘기도 하자.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이야기가 어땠나.
조상경
대학 시절 전공이 연극 쪽이었다(조상경 의상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미술과 출신이다-편집자). 그래서 많은 희곡들을 접했었다. <오징어게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부조리극 같아 반가웠고 신기했었다. 예전에 작업했던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도 부조리극이었고. <괴물>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도 주인공 가족 말고는 등장인물에 이름이 없어 ‘이거 부조리극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맥락에서 <오징어게임> 시나리오가 쉽게 읽혔고, 되게 재미있었다. 이 이야기는 사실적으로 풀어내기보다 부조리극처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쉽게 가자고 황동혁 감독에게 얘기했었다. 그때 황 감독한테 얘기했던 것 중 하나는, 이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라 썸네일과 한줄 로그라인이 구독자들의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중요하니 시리즈의 주요 색감이 눈에 잘 띄어야하고, 그게 핑크색이라고 강조했었다. 핑크색부터 정하니까 나머지 설정들은 실타래가 술술 풀렸다.
김성훈
게임 참가자들이 입은 추리닝의 색이 초록색인 건 핑크색에 대한 보색 개념으로 정한 건가.
조상경
어린 시절 친구들과 했던 놀이가 이야기의 주요 소재라 채경선 미술감독과 함께 그때 그 시절 학교와 관련한 자료들을 많이 찾았다. 레트로로 표현하자는 서사의 기준이 정해지니 참가자들이 입은 추리닝 또한 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체육복으로 컨셉을 자연스럽게 정할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설계자와 그들 일당의 컨셉이 핑크색이면 그 반대편에 있는 참가자는 핑크색의 보색인 녹색으로 가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황 감독님을 설득해 서사의 주요 색을 정하고 난 뒤에야 ‘마스크맨’의 컨셉을 정하는 작업이 더 수월해졌다.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검은색 마스크에 네모, 동그라미, 세모를 넣은 것이다.
김성훈
올해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한 <오징어게임> <외계+인> 1부, <헌트> 세 편의 의상을 작업한 것을 비롯해 매년 조상경 의상감독이 작업한 한국영화 의상들이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되고 있다. 소감을 말씀해달라.
조상경
늘 하는 얘기지만 한국영상자료원이 좀 더 많은 작품 속 의상, 소품 등 영화 유산들을 수집했으면 좋겠다. 영화든 드라마든 촬영이 끝나면 의상팀이 보관을 해두었다가 개봉을 하고 나면 의상을 해체한다. 해체를 하고 난 뒤에는 의상팀이 기념이나 이후 작업에 참조할만한 샘플로 지정해 따로 분류를 해놓는다. 그 숫자가 1년에 평균 10점 정도인데 개인 창고에 보관해두면 해가 갈수록 보관 공간이 줄어든다. 요즘은 OTT 시리즈 작업이 많고, 쌓아둔 의상만 숫자가 너무 많아서 의상 창고를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보니 한국영상자료원 같은 아카이빙 기관이 체계적으로 수집, 보관하면 의상감독들이 나중에 작업할 때 자료원을 방문해 참고하고, 공부하고, 그러면서 작업하는데 도움도 되지 않겠나.
김성훈
차기작은 무엇인가.
조상경
숫자가 많다. (웃음) 특히 지난 2018년 이후로 OTT 시리즈, 드라마 작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스위트홈> 시즌2, 3을 작업하고 있고, <아스달 연대기>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 몇 편도 작업하고 있다.
글 김성훈(<씨네21> 기자) /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 편집 이주영(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