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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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된 영화유산

밀수

  • 감독 류승완
  • 각본 류승완, 김정연
  • 출연 김혜수,염정아,조인성,박정민,김종수,고민시
  • 촬영 최영환
  • 조명 이재혁
  • 편집 이강희
  • 음악 장기하
  • 미술 이후경
  • 의상 윤정희
  • 제작사 (주)외유내강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평화롭던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해녀들.

먹고 살기 위한 방법을 찾던 승부사 '춘자'(김혜수)는 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되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다.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생계를 위해 과감히 결단을 내린 해녀 '진숙'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를 만나게 되면서 확 커진 밀수판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오고 사람들은 서로를 속고 속이며 거대한 밀수판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물길을 아는 자가 돈길의 주인이 된다!
(출처:kobis)

주식회사 외유내강 기증 <밀수> 의상
조춘자(김혜수) 의상 조춘자(김혜수) 의상
엄진숙(염정아) 의상 엄진숙(염정아) 의상
권상사(조인성) 의상 권상사(조인성) 의상
고옥분(고민시) 의상 고옥분(고민시) 의상
고옥분(고민시) 의상 고옥분(고민시) 의상
장도리(박정민) 의상 장도리(박정민) 의상
이장춘(김종수) 의상 이장춘(김종수) 의상
해녀복 해녀복
해녀복 해녀복
해녀복 해녀복
해녀복 해녀복

윤정희 의상감독 인터뷰
<킬링로맨스>와 <밀수>는 올해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두 영화 모두 연출한 감독도, 장르도, 줄거리도, 흥행 성적도 다르지만, 윤정희 의상감독의 의상이 관객을 서사와 캐릭터에 깊숙이 끌어들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원석 감독이 연출한 <킬링로맨스>는 저렇게 해도 되나 싶을만큼 과감한 의상들을 다양하게 선보이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매력에서 헤어나올 재간이 없다. <밀수>의 의상들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만큼 시대를 충실히 재현하는 동시에 각각의 인물들의 성격과 감정을 적확하게 드러낸다. 올해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 유산수집캠페인에 두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의상을 기증해준 윤정희 의상감독을 만나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윤정희 의상감독은 <내 사랑 싸가지> <여자 정혜>로 의상팀 경력을 시작해 조상경 의상감독이 이끄는 곰곰의 멤버로 합류한 뒤 <박쥐> <군도 : 민란의 시대> <암살> <아수라> <신과 함께> 시리즈 등 많은 영화에 참여해 의상들을 제작했고, 이후 의상감독으로서 <검은 사제들> <골든슬럼버>, 최근의 <킬링로맨스> <밀수> 등 여러 영화 속 의상들을 선보였다.
김성훈
<밀수>에 대한 질문도 드려야 할 것 같다. <밀수>는 시대극이라 의상감독님으로서도 큰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밀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윤정희
해녀복이 도전이었다. 이 작품을 맡기 전까지만 해도 해녀복은 고무를 소재로 한 의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퍼가 없이 상하의 통으로 입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고증에 충실하면 배우가 쉽게 못 입을 것 같아 입기 좋게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승완 감독님을 처음 미팅했을 때도, 해녀복이 처음에는 한복 저고리를 변형한 디자인이었다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에서 고무로 된 해녀복이 들어왔다고 하셨다. 당시 해녀복은 앞면에 지퍼가 없어서 어떻게 디자인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지방에서는 해녀들의 신체 사이즈를 재서 제작하더라. 특히 제주도의 해녀박물관을 방문해보니 어머님들께서 직접 만들어서 입으시고. 해녀복의 색깔 역시 검은색과 흰색만 있을 줄 알았는데, 바느질로 여러 문양의 자수를 놓기도 하고, 색도 다양했다. 그걸 보면서 어쩌면 <밀수> 속 진숙(염정아)이나 춘자(김혜수)를 포함한 해녀들은 자신의 형편에 맞게 해녀복을 만들어 입었겠다 싶었다.
김성훈
김혜수씨가 연기한 조춘자는 군천을 떠난 뒤 패턴 있는 의상들을 다양하게 입는다, 춘자의 의상을 설계할 때 어떤 고민들을 했나.
윤정희
혜수 선배님은 사실 명확했다. 군천에서 해녀로 일하다가 서울로 가서 밀수를 하지 않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춘자는 딱 우리가 생각하는 1970년대 이미지의 정점을 보여주면 되겠다 싶었다. 1970년대를 상징하는 화려한 나팔바지와 당시 많이 썼던 문양들을 옷에 넣어 서울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멋쟁이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고증만 충실하게 하면 되니 디자인을 설계하는 게 수월했다. 반대로 염정아 선배가 맡은 진숙의 의상 컨셉을 정하는 게 다소 어려웠다.
김성훈
그 이유가 뭔가.
윤정희
당시 시대상을 고려하면 진숙은 단발머리에다가 ‘몸빼바지’를 입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런 의상은 염정아 선배님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좀 좋은 티셔츠를 매치시킬까 고민하다가 단발머리 설정과 잘 안 맞는 것 같았고. 그러다가 1970년대 기록영상들을 보니 6.25 때 군복들을 많이 입었더라. 그래서 진짜 군복을 입혀보자 싶어서 6.25때 미군, 호주군의 공군들이 실제로 입었던 군복들을 갖다 입혀보았는데 실제로 소재가 무척 무겁고 뻣뻣하더라. 그래서 그 의상들을 토대로 올리브 그린색으로 변형해 제작해보니 (염)정아 선배 체형에 잘 맞더라. 진숙이 같은 경우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가세가 기울면서 새로운 의상으로 갈아입진 않을 것 같아 이 컨셉의 의상을 계속 입는 것도 자연스럽겠다 싶었다.
김성훈
한복 입은 고민시는 70년대 여배우들이 떠올라서 꽤 인상적이었다. 붉은 색 꽃무늬가 포인트로 되어 있어 눈에 띄었는데 이 영화 속 옥분의 한복을 표현할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하셨는지 궁금하다.
윤정희
한복을 조사하기 전에 류 감독님이 당시 다방 마담은 무조건 한복을 입었다고 얘기해주셨다. 실제로 당시 여성들이 입었던 한복과 관련한 자료들을 찾아보았고, 저희 어머니 친구 분들을 통해서 당시 입었던 한복들을 받아서 살펴보니 당시 한복은 소재나 색감이 지금보다 더 화려했었다. 류 감독님께서는 좀 단아한 스타일을 원하셔서 역사가 오래된 한복집들을 찾아다니면서 옛날 원단들을 보니 감독님이 원하시는 스타일과 부합하는 원단이 있더라. 그게 영화에서 고민시씨가 입었던 한복의 소재였다.
김성훈
한복에 패턴으로 새겨넣은 꽃무늬는 장미인가.
윤정희
아니다. 동백 종류의 꽃이었고. 자세히 보면 1970년대 당시 원단으로 제작한 한복이라 다소 변색됐었다.
김성훈
조인성이 맡은 권 상사의 과감한 패턴 셔츠나 장춘(김종수)이 입은 세관 제복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윤정희
류승완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류 감독님이 보여주셨던 사진들이 다 이소룡이었다. 조인성씨가 연기한 권 상사의 이미지 사진 또한 이소룡이었고. 그런데 이소룡의 의상 스타일은 조인성씨한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소룡의 경우 신체가 탄탄해서 1970년대 스타일의 바지가 체형에 딱 맞는데, 조인성 배우의 경우 키도 체구도 커서 그런 스타일의 바지를 입으면 더 말라보일 것 같아서 그의 체형에 어울리는 핏을 따로 찾아야했다. 더군다나 권 상사는 서울에서 밀수하는 ‘밀수왕’이니 좀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로 설정해야 했다.
김성훈
장도리가 입었던 셔츠도 패턴이 강렬하던데.
윤정희
할리우드 영화 <부기나이트>(1997,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를 보면 등장인물들이 디스코를 출 때 입는 컨셉의 의상들이 떠오르지 않나. 요즘 남자들은 힐을 안 신지 않나. 당시 남자들은 굽이 큰 신발을 신고 다닐 만큼 패션이 과감했다. 등장인물들이 입은 셔츠의 경우 원단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의 프린팅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서 원하는 프린팅을 고르면, 그 회사에서 독일의 프린팅 제작 공장에 보내서 패턴을 찍은 뒤 보내주는 절차를 거쳤다. 패턴 제작까지 포함해 비용이 많이 들고, 똑같은 비용에 만들 수 있는 패턴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 중에서 선택을 한 열몇가지를 찍어서 받았다.
김성훈
장춘이 입은 세관 제복은 되게 멋지더라.
윤정희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제복이 멋졌다. 류 감독님께서 장춘의 의상은 세관 제복 하나로 통일해서 가자고 하셨다. 김종수 선배님의 체형에 맞게 제작해 핏이 딱 떨어져보이도록 설계했다.
김성훈
개인적인 질문도 드리고 싶다. 필모그래피를 보니 <내사랑 싸가지>(2003) <여자, 정혜> 의상팀이 첫 경력인 것 같은데, 당시 어떤 계기로 의상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윤정희
사실 남들처럼 영화가 너무 좋았던 건 아니었다. 뭔가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옷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고, 디자이너로 취직하기 위해 대학 시절 대형 브랜드에서 그래픽 관련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당시 의류 회사에선 신입 사원들을 피팅 모델로도 활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문에 구직 시장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눈을 돌려보니 스타일리스트를 뽑는다는 공고가 있어서 면접을 보았는데 스타일리스트도 아니다 싶었다. 그때 채경화 의상감독님이 사람을 구하고 있어서 지원했고, <내사랑 싸가지> (2003)의상팀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보다 먼저 작업한 건 정지우 감독님이 당시 준비하던 <두 사람이다>였는데, 그 영화가 엎어져서 <내 사랑 싸가지>를 먼저 작업하게 됐다.
김성훈
조상경 의상감독을 만난 일화도 궁금하다. 조상경 의상감독이 이끄는 곰곰의 멤버로 합류해 오랜 시간 조상경 의상감독과 일을 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나.
윤정희
조상경 의상감독님의 팀이 의상을 되게 잘한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었다. 의상을 잘하는 팀이 어떻게 일하는지 되게 궁금하더라. 그래서 조상경 의상감독님의 팀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조 의상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는 아는 미술감독님께 소품 담당으로 일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나중에 조 의상감독님께서 팀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면접을 봤다.
김성훈
조상경 의상감독의 팀에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나.
윤정희
별도의 테스트는 없었고, 제 이력서를 보시더니 면접을 보고 일하게 됐다.
김성훈
직접 겪은 조상경 의상감독은 어떻게 다르던가.
윤정희
스타일의 차이인 것 같은데, 그 전에 함께 작업했던 의상감독님들은 예를 들어 경찰복이 필요하면 실제 경찰복을 공수해서 배우에게 입혔는데, 조 의상감독님은 영화의 내용, 서사, 등장인물의 성격 등 영화적으로 의상을 다 바꾸고, 그걸 구현하기 위해 직접 제작하셨다. 그 과정들을 다 배웠다. 어떤 작품을 준비할 때 조 의상감독님은 진짜 영화를 많이 보시고, 항상 공부를 하신다. 그런 자세를 지켜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성훈
현재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윤정희
조상경 의상감독님이 드라마 <정년이>를 작업하고 있는데, 양장(여성용 양복) 위주로 돕고 있다.
김성훈
<킬링로맨스>와 <밀수>로 한국영상자료원 수집캠페인에 참여하신 소감을 말씀해달라.
윤정희
너무 영광이다. 가끔 영화를 준비하면서 옛날 영화들을 찾아보곤 하는데, 크레딧이 올라가면 나중에 내가 죽어도 저렇게 남겠구나라는 인지를 최근에 했다. 내가 만들었던 의상이 영구 보존되어 후대에도 남아있고, 전시한다면 굉장히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글 김성훈(<씨네21> 기자) / 사진 김성백(스튜디오 '오늘의 나' 작가) / 편집 정연주(한국영상자료원 수집카탈로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