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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광 영자원 2024.08.22 2427
정리광 영자원
디지털 아카이빙 시대를 맞는 새로운 AMS 시스템의 필요성 

글: 유성관(한국영상자료원)
사진: 여은정(한국영상자료원)

AMS에 대한 글을 기관 웹진 「아카이뷰」에 싣겠다는 편집부의 제안이 왔을 때 고맙기도 했지만, 영화를 좋아하며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자원)이라는 기타공공기관의 사업에 막연한 호감과 기대를 보내는 씨네필 독자들에게, 도대체 AMS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심히 걱정되는 것이었다. AMS는 현재 (더 정확하게는 지난 2년간) 영자원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설정되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그런 사업이다. 시네마테크KOFA를 아이맥스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한국영화박물관을 새로 건립하는 것도 아니며, 한해 고전영화 디지털 복원을 100편 한다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를 뒤져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수집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AMS 따위가 뭐길래 그런 것들보다 최우선 사업이라는 거지 이상한데 라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일단 이 글을 시작해 보자.

카탈로깅 작업실과 사진 자료

카탈로깅 전인 수집품과 기증품
* 카탈로깅작업실 및 각종 수집/기증품
 

카탈로깅이 AMS(Archive Management System)에서 가장 중요하고 주요한 기능


영자원은 한국 영화에 대한 모든 자료를 아카이빙하는 기관이다. 여기서 ‘아카이빙’이란 수집을 시작으로 그 자료를 최적의 조건에서 보존하고 때로는 복원까지 한 다음, 가지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활용 즉, 연구 혹은 일반 고객에게 대민 서비스까지 하는 걸 말한다. 예를 들어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1) 필름을 수집해 수십 년간 적정한 온습도로 수장고에서 보존하다가 디지털로 심화 복원하고, 저작권을 확보한 다음 디지털 복원본을 트랜스코딩 해 KMDb에서 VOD로 온라인 상영하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겠다. 이것이 스파이널..., 아니 아카이빙이다.

이 과정에서 빠진 게 하나 있다. 수집한 영상자료에 주소를 부여하는 과정, 그 자료의 이름이 무엇이고 어떤 유형이며, 그 유형에 따라 어떤 성질을 가지는지에 대한 정보, 이를 메타데이터라고 하는데 그를 일일이 기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야 적합한 방식으로 보존될 수 있으며, 그 자료를 찾고자 할 때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고, 어떤 자료가 보존되어 있는지에 대한 파악도 가능해지며 다양한 활용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을 ‘카탈로깅’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수집과 보존 사이에 행해지는 필수 프로세스인데, 즉 수집된 자료는 카탈로깅 작업이 진행된 다음에야 보존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AMS’에서 가장 중요하고 주요한 기능이 바로 이 카탈로깅이다. 자, 드디어 AMS가 등장했다. AMS는 Archive Management System의 약어로 ‘영상자료관리시스템’이라 부르는 영자원의 내부 시스템을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도 카탈로깅을 잘 지원하고 있을 것 같은 AMS에 왜 갑자기 예산이 필요하다는 걸까.


카탈로거의 책상
* 카탈로거의 책상

대량의 디지털 자료들을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

 
현 AMS는 구축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그나마도 파워빌더 기반으로 구축되었던 시스템을 큰 변화 없이 웹으로 전환한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아날로그 영상자료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필름 캔이 차곡차곡 들어오고, 슬라이드 필름이나 인화된 스틸 사진이 수집되던 시절, 물론 지금도 그와 같은 아날로그 자료들이 수도 없이 들어 오지만 그에 못지않게 본(born) 디지털 자료, 즉 태생이 디지털인 자료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게 주류가 되는 현재를 지금의 AMS는 제대로 담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더구나 디지털 유형의 특성상 대량의 자료가 한꺼번에 입수될 수도 있는데 현재 AMS는 그를 처리하는 데도 한계가 명백하다.

또 하나의 구조적인 문제는 자료를 등록하기 위해 최상위에 영화, 영화인, 영화제, 기타(장소, 행사, 사건) 정보를 반드시 우선 등록한 후 그 정보를 전거로 하위에 자료를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조금 어려운데 예를 들어 누군가의 결혼식 비디오 영상이 담긴 필름이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수집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 필름을 카탈로깅 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최상위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이런 경우 현재 AMS에서는 필름 내용을 ‘영화’로 간주하여 영화 정보에 ‘아무개의 결혼식’을 등록한 후 그 하위로 필름 정보를 넣어야 한다. 결국 아무개의 결혼식 촬영 필름을 자료로 등록하기 위해 결혼식 영상 자체가 영화로도 등록된 것이다. 이게 맞는 걸까. 아무래도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기 짝이 없는 영상자료를 카탈로깅 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AMS 메뉴, 카탈로깅 유형
* AMS(Archive Management System) 카테고리

‘유연함’에는 또 다른 측면이 있는데, 현 AMS는 총 17개 유형으로 분류된 영상자료를 카탈로깅할 수 있지만 환경 변화에 따라 18번째 유형의 영상자료가 수집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실로 막막한 것이다. 실제로 영자원은 2년 전부터 디지털 에셋(asset) 데이터를 새롭게 수집 중이지만 AMS가 그를 수용하지 못해 엑셀로만 관리 중이다. 비밀이었는데, 큰일이다! 또한 유형별로 연계할 수 있는 정보 종류도 제각각이다. 예를 들어 ‘스틸’은 ‘작품’ ‘인명’ ‘영화제’ 등 다양한 정보와 연계 가능하지만 ‘전단’은 ‘인명’과 ‘영화제’ 정보와는 연계되지 않는다. 등록하고자 하는 자료는 모든 유형과 정보에 N:N으로 자유롭게 연계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래야 풍성한 자료의 연계 지도를 그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은 들쑥날쑥하다.
 

AMS를 새롭게 구축해야 할 이유는


물론 지금의 AMS는 매년 끝도 없는 보완을 거쳐 늘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훌륭한 시스템이다. 오늘도 수많은 사람이 접속해서 데이터를 입력하고 입력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를 했다. 카탈로깅 작업뿐 아니라 아카이빙 업무 일부(입수 사건 관리, 필름 보존 처리 등)도 AMS가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길게 언급한 디지털 자료에 대한 한계, 대량 자료 등록의 어려움, 최상위 정보를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경직된 구조, 새로운 유형의 자료가 입수되었을 때의 난감함, 유형별 연계의 비일관성 등은 필수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더불어 아카이빙 업무 전반을 AMS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더 유용하고 좋은 데이터가 쌓일 수 있을 것이다. 잘 되면 자료의 생애주기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시각화도 구현할 수 있다. 멋지지 않은가. 고민할 것이 많다.

2024년 8월 현재 AMS에는 총 130만여 건의 영상자료가 등록되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영상자료가 어떤 이름으로 어떻게, 어디에 보존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AMS가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정보를 잘 관리한다는 것은 아카이빙이 제대로 되어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그러나 환경 변화에 따라 잘 되지 않는 것들이 속속 생긴다. 그리고 점점 많아진다. 그것이 AMS를 새롭게 구축해야 할 당위가 되며, 그런 이유로 최근 영자원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될 수 있었다. 기관 전사적으로 노력을 한 덕에 ISP(정보화전략계획) 수립을 거쳐 작년에는 영상자료의 분류체계를 다시 잡는 연구 용역을 끝냈고, 올해는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에는 드디어 AMS를 새롭게 구축하고 그에 따라 마이그레이션 된 DB를 기반으로 KMDb를 2026년에 전면 개편하게 될 것 같다. 가야 할 길이 멀고 아득하다. 그렇다고 독자분들이 걱정할 건 없다. 멀리서 지켜보시고 언젠가 KMDb가 싹 달라질 근미래, ‘아 이런 것이 있었지’라며 이 글을 떠올려 주시면서 ‘중요하다던 AMS라는 게 새롭게 구축된 모양이구나’, ‘이제 결혼식이라는 영화가 등록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네’, ‘디지털 에셋도 이젠 잘 관리되고 있겠구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그걸로 충분하다.


보존관리팀으로 이관되는 자료
* 카탈로깅 완료 후 파주 보존관리센터로 가는 자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