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스타일과 개성을 가진 이명세 감독의 초기 대표작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와 <첫사랑>(1993)을 블루레이로 담았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기획하고 블루키노가 제작한 36번째 블루레이 타이틀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이명세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다. 1990년 12월 말 개봉한 이 영화는 서울 개봉관에서만 21만명을 동원, 1991년 한국영화 흥행 랭킹 2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결혼이야기>(김의석, 1992)로 한국적 로맨틱 코미디 붐이 일기 이전 이 장르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가치는 단순히 한 장르의 선구적인 영화라는 점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인공적인 세트와 색감, 애니메이션의 활용, 에피소드 형 서사구조 등 이명세 특유의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된 작품으로, 무엇보다 한국영화계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표현 양식들을 선보였던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히 리얼리즘을 모델로,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던 당대 한국영화계의 분위기에 새로운 미학적 활기를 불어넣은 가치 있는 시도였다. 

<첫사랑>은 한 지방대학 신입생이 연극동아리 연출가에 대한 풋풋한 첫사랑을 소재로 한 이명세의 세번째 작품이다. 흥행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와 함께 이명세의 대표작으로 거론될 정도로 비평적으로 호평을 받았고, 이후 관객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첫사랑>은 이명세 스타일, 나아가 이명세 영화 철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공적이고 환상적인, 어쩌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허무는 이 영화는 첫사랑에 빠진 이에게 기억이란 현실의 재현이나 시간의 연속적인 축적이 아니라 가장 설레고 인상적이었던 순간들, 감정들의 비논리적, 비현실적 연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이명세는 이 영화를 통해 영화란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의 논리와 표현 양식들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첫사랑>은 당대 한국영화의 언어의 경계를 넓히고 혁신한 최고의 문제작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번 블루레이의 코멘터리 <나의 사랑, 나의 신부> 편에서는 주연배우 박중훈과 감독 이명세, 영화평론가 김형석이, <첫사랑> 편에서는 주연배우 김혜수와 감독 이명세,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감독 이명세가 각각 참여했다. <첫사랑>에는 두 개의 코멘터리 버전이 포함된 셈이다. 해당 코멘터리는 촬영 당시의 상세한 에피소드들, 감독의 연출관, 비평적인 해설들이 결합된 종합판으로 두 영화뿐 아니라 이명세의 영화세계 전반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영화평론가 장병원의 소책자 원고는 이 영화들, 나아가 이명세라는 작가가 한국영화사에서 가지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하게 만든다. 또한 이 블루레이 세트에는 두 영화의 예고편, 복원전후 영상, <첫사랑> 콘티 이미지 면(소책자에 수록) 등 특별하다면 특별한 여러 서플먼트들이 포함되어 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이 블루레이에는 2023년 영상자료원이 복원한 4K 영상소스들이 사용되었다. 이명세 특유의 영화적 스타일을 고화질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