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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
A Splendid Outing (Hwalyeohan oechul)
차 안에 장착된 카메라의 시선이 서울 시내 곳곳을 눈에 담는다. 갓 준공된 서울 프라자 호텔 앞에는 분수대의 물줄기가 솟구쳐 오르고, 뻥 뚫린 삼일고가를 따라 번화한 서울의 전경이 펼쳐진다. 이윽고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오피스빌딩이었던 삼일빌딩 앞에서 차가 멈춘다. 앙각 쇼트에 담긴 삼일빌딩의 위용은 지금 봐도 굉장하다. 섬유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총수 공도희는 외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정보의 우위를 바탕으로 거래를 주도하고, 여성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며, 방한 중인 해외 인사를 예방하거나 방송국 교양 강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어마어마한 일정을 소화한다. 그러던 공도희에게 기이한 일이 하나둘씩 일어난다. 공도희가 삼일빌딩 꼭대기에서 “나를 찾아주세요”를 외치는 후반부 시퀀스가 압권이다.